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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꽃, 새, 자연을 모티프로 한 장식의 대가 비르예르 카이피아이넨 Birger Kaipiainen

“장식의 대가(king of decorators)”, “도자기의 왕자(prince of ceramics)”

2023-06-01 ~

독일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인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는 "예술가는 자신의 앞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식의 대가(king of decorators)”, “도자기의 왕자(prince of ceramics)” 들의 열렬한 수식어로 핀란드 디자인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비르예르 카이피아이넨(Birger Kaipiainen). 그는 카스파르의 말처럼 자신의 앞에 보이는 현실의 예술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터질 듯한 예술적 판타지를 작품에 담고자 서커스의 줄타기마냥 우아함과 화려함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법을 부린다. 때론 파스텔 톤의 빛나는 우아함의 풍경으로 때론 감각적인 장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화려함의 세계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Birger Kaipiainen

비르에르 카이피아이넨(Birger Kaipiainen)은 1915년 1월 7일 핀란드 포리(Pori)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다. 이듬해 그의 가족은 헬싱키로 이주한다. 1920년대 중반 그의 가족은 여름 휴가를 핀란드와 러시아의 국경에 위치한 소르타발라(Sortavala)의 라도가 호수(Lake Ladoga)에서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아트 스쿨에 다니던 헬렌 바라노브스키(Helen Baranovski) 가족과 함께 지내며 젊은 로맨티스트 예술가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에게는 예술적 감성을 품게 된 첫 경험의 국제적인 예술 사교 무대였다. 그는 조숙하였으며 문학과 드로잉을 즐기는 예술적 감성으로 가득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학교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 수학은 낙제에 가까웠다. 그의 장래가 늘 걱정이었던 어머니는 고민 끝에 헬싱키 아테네움 예술대학(Ateneum art school)의 교수로 있던 아르튜 부룸머(Arttu Brummer)에게 그를 데려가 상담을 한다. 아르튜 부룸머는 비르예르 카이피아이넨에게 나비와 꽃을 그려보라고 한다. 그가 그린 나비와 꽃을 보고 재능을 발견한 아르튜 부룸머는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그는 학교에서 꽤 튀는 학생이었다. 당시 예술 사조는 기능주의(Functionalism)가 중심이었지만, 그는 시적인 세계를 고집한 로맨티스트였다. 유행과 상관없이 자신의 확고한 예술관을 가지고 있었던 그의 재능을 높이 산 교수들은 그의 디자인을 지지해 주었다. 1937년 졸업 후 그는 아라비아(Arabia)의 예술 부서(Arabia Art Department)에 스카우트되어 근무하게 된다.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그는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무렵 그에게 큰 시련이 닥친다. 소아마비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에 장애가 생긴다. 또한 그 시기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그가 현실을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출구는 디자인의 예술에 빠져 보내는 것뿐이었다. 더불어 전쟁이라는 암울한 시기 속에서 처음에는 단순하면서 순수한 흥미였을 수도 있을 시적인 그의 디자인들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또한 그 자신 스스로에게 마음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1940년대에 낭만적인 그의 작품은 대중들 사이에서 소소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늘 음악, 오페라, 발레 등에 심취해 있었으며 이러한 예술적 감성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 전반에 드리워져 있었다.

1945년 아라비아 디자이너들 좌측으로부터 Aune Siimes, Michael Schilkin, Toini Muona, Friedl Holzer-Kjellberg, Kurt Ekholm, Lea von Mickwitz, Birger Kaipiainen, Rut Bryk

1949년 초 그는 이탈리아의 리처드 지노리(Richard Ginori)에서 잠시 일할 수 있는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이때 밀라노에서 소규모 전시도 개최한다. 그에게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은 궁극적으로 초기 르네상스를 생각하게 하는 파스텔 색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품 스타일로 이후에 나타난다. 또한 마시모 캄필리(Massimo Campigli)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연상하게 하는 여인들이 그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기 시작한다.

1950년대 그는 2차원의 파이앙스 페이팅(faïence painting)을 구슬 등을 이용한 접시나 세라믹 피겨린(ceramic figurin) 등 3차원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들을 한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 발레 의상 디자인을 맡기도 한다.

1954년 그는 아라비아(Arabia)를 떠나 스웨덴으로 이주하여 로스트란드(Rörstrand)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 시기 그는 극적인 색상 표현과 초현실주의를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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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Plaque, W.44cm, Rörstrand, Sw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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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Plaque, H.60cm, W.9.5cm, D.2.5cm. Rörstrand, Sw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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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Plaque, H.39cm, W.45cm. Rörstrand, Sw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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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가을, 로스트란드 전성기의 대표 아티스트들
뒷줄 왼쪽부터 Sylvia Leuchovius(39세), C-H Stålhane(34세), Birger Kaipiainen(39세), Hertha Bengtsson(37세),
앞줄 Marianne Westman(26세)

1958년 말 다시 핀란드의 아라비아로 돌아온 그는 마리메코(Marimekko)를 세운 빌요 라티아(Viljo Ratia)의 아내 아르미 라티아(Armi Ratia)의 소개로 경제학자였던 마기 할로넨(Maggi Halonen)를 만난다. 그해 겨울 그녀와 함께 프랑스 여행을 가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파리 핀란드 대사관에서 결혼을 한다.  그는 1960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인 마도요 새(Curlew bird made out of beads)로 그랑프리를 받는다.

마도요 새(Curlew bird made out of beads), 1960

1966년 갑자기 아내 마기 할로넨(Maggi Halonen)이 병으로 그의 곁을 떠난다.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에서 그는 거대한 '제비꽃의 바다'(Orvokkimeri / 45.5 X 9m) 작품을 출품한다. 그 작품은 이후에 핀란드 탐페레(Tampere) 시의회 회의실에 설치된다.

이후 1969년 그는 아라비아(Arabia)에서 Paratiisi(paradise) 시리즈를 내놓는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이블웨어 시리즈로 사랑을 받고 있다.

"피라티시" 블랙 (Black Paratiisi), Arabia, Finland ⓒMJM
"피라티시" 퍼플 (Paratiisi Purple), Arabia, Finland   ⓒMJM         
"피라티시" 옐로우 블루 (Paratiisi Yellow Blue), Arabia, Finland   ⓒMJM 

그는 1977년 명예 교수 칭호를 얻었으며, 1981년 예술가의 연금이 부여되기 시작했음에도 거의 매일 아라비아에 출근하여 작품 활동을 하였다. 1988년 7월 18일 그날도 여전히 아라비아에 출근하여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비르예르 카이피아이넨(Birger Kaipiainen)는 자신의 감수성과 세밀한 관찰력의 현실은 꽃과 새, 자연을 통해 늘 그의 곁에 불들어 두었으며 또한 그의 시적인 로맨티스트로서의 격정은 단조로운 듯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우아함과 화려함의 장식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장식의 대가(king of decorators)”, “도자기의 왕자(prince of ceramics)” 들의 열렬한 수식어도 좋지만 비르예르 카이피아이넨(Birger Kaipiainen), 그는 예술을 그리워하고 사랑한 한 시대의 로맨티스트로 디자이너로 담백한 찬사를 보내는 것도 어떨까 싶다. 보랏빛, 자줏빛, 남빛을 띠는 선명한 색채를 우아한 시적 언어로 도자기에 잘 표현한 그의 작품 비올라(Viola, 제비꽃)와 한 편의 시를 함께 보탠다.

"비올라 (Viola, 제비꽃)" Wall Plate, H.46cm, 1967, Arabia, Finland ⓒMJM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자료 출처

https://kansallisbiografia.fi/kansallisbiografia/henkilo/4804

http://www.porslinsbloggen.se/?p=13165

https://en.wikipedia.org/wiki/Birger_Kaipiainen

https://turuntaidemuseo.fi

사진 출처

1 https://turuntaidemuseo.fi/nayttelyt/birger-kaipiainen

2 https://fi.wikipedia.org/wiki/Birger_Kaipiainen

3 https://jonasforth.com/2013/12/30/designers-hanging-together/

4 https://jonasforth.com/2013/12/30/designers-hanging-together/

5. https://annemelender.fi/2020/10/turuntaidemuseo/6 https://www.booksfromfinland.fi/2013/08/a-rare-bird-from-fancyland/